許蘭雪軒(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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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景(봄경치)
亨以山名識我心(형이산명식아심)정자는 산 이름이라 내 마음에 새겨 있고 我心何在在山林(아심하재재산림)내 마음 어데 있는가.숲속에 있네 茶煙成篆遲遲日(다연성각지지일)차 연기는 기나긴 봄날에 피어오르고 花影呈圖片片陰(화영정도편편음)꽃 그림자 군데군데 그늘지어 놓는구나 盈합蟻浮淸濁飮(창합의부청탁음)가득 부어놓은 잔에 개미 들었다고 청탁을 논하랴 隔簾연語短長音(격렴연어단장음)발 밖에 제비는 장단 맟춰 지저귀누나 償春步步雲生극(상춘보보운생극)봄맞이 걸음마다 구름은 디딜자리 만들고 不覺綠溪路轉深(불각록심로전심)시냇물 따라 길은 꺾여 깊이 온 줄 모르네.
2022.05.11 -
貧女吟(빈녀음)가난한 여인
豈是乏容色(개시핍용색)이 얼굴 박색은 아닌 듯 하고 工鍼復工織(공침부공직)바느질 길쌈 베도 솜씨 있건만 少小長寒門(소소장한문)가난한 집 태어나 자란 탓으로 良媒不相識(양매부상식)매파도 발 끊고 몰라라 하네 不帶寒饑色(부대한기색)추위에 주려도 내색치 않고 盡日當窓織(진일당창직)진종일 창가에서 베를 짜나니 惟有父母憐(유유부모연)부모님 안쓰럽다 여기시지만 四隣何曾識(사린하증식)이웃이야 이내심사 어이 아리오 夜久織未休(야구직미휴)밤 깊어도베틀에 쉬지도 않고 軋軋鳴寒機(알알명한기)찰칵찰칵 차거운 베틀소리에 機中一匹練(기중일필연)짜여 가는 이 한필의 고운 비단 終作阿誰衣(종작아수의)필경 어느 규수 옷이 되려나 手把金剪刀(수파금전도)가위 잡고 삭독삭독 옷 마를 제면 夜寒十指直(야한십지직)밤도 차라 열 손끗이 곱아드는..
2022.05.05 -
洞仙謠(동선요)임을 그리며
紫簫聲裏동雲散(자소성리동운산)자줏빛 퉁소 소리에 구름이 흩어지자 簾外霜寒鸚鵡喚(염외상한앵무환)발 밖에는 서리가 차가워앵무새가 우짖네 夜란孤燭照羅유(야란고촉조라유)밤 깊어져 외로운 촛불이 비단 휘장을비추고 時見疎星渡河漢(시견소성도하한)이따금 드뭇한 별이 은하수를 넘어가네 丁東銀漏響西風(정동은루향서풍)똑똑 물시계 소리가 서풍에 메아리치고 露滴梧枝語夕蟲(로적오지어석충)이슬 지는 오동나무 가지에선 밤벌레가 우네 鮫초파上三更淚(교초파상삼경루)명주 손수건에 밤새도록 눈물적셨으니 明日應留點點紅(명일응류점점홍)내일 보면 점점이 붉은 자국이 남았으리라 동:붉을동 란:가로막을란,무늬란 유:휘장유 초:생명주초 파:휘장파
2022.04.30 -
賈客詞(고객사)장사꾼의 노래
疾風吹水急(질풍취수급)바람거세자 물살 급해저 三日住層灘(삼일주층탄)사흘 동안 여울에 묶여 있었죠 素婦船頭坐(소부선두좌)젊은 아낙 뱃전에 걸터앉아서 焚香學산錢(분향학산전)향불 피워 놓고 돈 셈 배우네요 산:셀산
2022.04.29 -
感愚(감우)과거에겪은일에대한감회를시로쓴다
盈盈窓下蘭(영영창하란)하늘거리는 창가의 난초잎들이 枝葉何芬芬(지엽하분분)어쩌면 저다지도 향기로울까 西風一披拂(서풍일피불)가을바람 잎새에 한번 스치고 零落悲秋霜(영락비추상(슬프게도 찬 서리에 시든다지만 秀色終凋悴(수색종조췌)빼어난 그 모습은 이울어저도 淸香終不斃(청향종불폐)맑은 향기만은 끝내 아니 죽으리 感物傷我心(감물상아심)그 모습 보면서 내 마음이 아파져 涕淚沾衣快(체루첨의쾌)눈물 흘러서 옷소매를 적시네
2022.04.29 -
秋恨(추한)
絳紗遙隔夜燈紅(강사요격야등홍)붉은 비단으로 가린 창에 등잔불 붉게타는데 夢覺羅衾一半空(몽각라금일반홍)꿈 께어보니 비단 이불이 절반 비어있네요 霜冷玉롱鸚鵡語(상냉옥농앵무어)서리 차가운 새장에선 앵무새가 지저귀고 滿階梧葉落西風(만계오엽낙서풍)섬돌에는 오동잎이 서풍에 가득 떨어졌네요 롱:대그릇롱 농앵:앵무새
2022.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