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정조설(正朝雪) - 이곡(李穀)
정조설(正朝雪) - 이곡(李穀)
정단(正旦)의 눈
섣달 그믐날부터 새해 아침까지 내리는 눈 / 雪從除夜到正朝
봄바람 속으로 빨려 들어 금세 녹아 버리네 / 旋入春風不禁消
쌍궐의 의장(儀仗)과 나뉘지 않은 선영이요 / 扇影未分雙闕仗
오문의 다리에 일찍 모여드는 구두 소리라 / 靴聲早集五門橋
축하 반열 조관(朝官)의 옷은 젖게 하더라도 / 從敎賀列朝衣濕
소용의 춤추는 소매에는 어울리며 나부끼리 / 好傍昭容舞袖飄
새해엔 상서로운 일이 많을 줄 벌써 알겠나니 / 便是新年多瑞氣
초주 함께 민간의 가요도 바쳐 올리고 싶네 / 願隨椒酒進民謠
[주D-001]쌍궐(雙闕)의……선영(扇影)이요 : 황제의 행차를 말한 것이다. 쌍궐은 궁전 앞 양쪽에 높이 세운 누관(樓觀)으로, 중국 도성의 대궐을 뜻한다. 포조(鮑照)의 악부시(樂府詩)에 “잔잔한 물처럼 잘 닦인 장안 거리, 높은 궁궐이 구름 속에 떠 있는 듯.〔九衢平若水 雙闕似雲浮〕”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文選 卷28 結客少年場行》 선영은 임금이 나올 때는 두 개의 부채를 합쳐서 임금의 모습을 가렸다가 일단 좌정하면 부채를 떼어서 모습이 보이게 한 형상을 형용한 것이다. 두보(杜甫)의 시에 “구름이 움직이며 꿩 꼬리로 만든 궁중의 부채가 양쪽으로 열린다.〔雲移雉尾開宮扇〕”라는 표현이 나온다. 《杜少陵詩集 卷17 秋興八首》
[주D-002]오문(五門)의……소리라 : 백관이 조하(朝賀)하기 위해 아침 일찍 입조하는 것을 말한다. 오문은 고대에 천자의 거소로 들어가기 위해 통과해야 했던 고문(皐門)ㆍ치문(雉門)ㆍ고문(庫門)ㆍ응문(應門)ㆍ노문(路門) 등 다섯 개의 문으로, 보통 황궁(皇宮)을 가리킨다. 《周禮 天官 閽人》
[주D-003]소용(昭容) : 고대 궁중 여관(女官)의 이름이다.
[주D-004]초주(椒酒) : 새해 아침 다례(茶禮)를 지내고 웃어른에게 바쳐 축수하며 하례하는 술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