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7. 08:15ㆍ漢詩속으로
각유등급(各有等級)
[요약] (各: 각각 각. 有: 있을 유. 等: 가지런할 등. 級: 동급 급)
사람의 능력과 기량은 저마다 등급이 있다는 뜻으로, 능력이 부족하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안 되고, 어리석으면서 높은 자리를 탐내면 안 된다는 말. 즉 각자 분수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
[출전] 《성혼(成渾)우계집(牛溪集) 권2사소명소(辭召命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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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옛적에 선인(先人)들은 벼슬의 부름 받아도 칭병(稱病)이나 학문부족을 핑계로 사양을 하는 것이 다반사(茶飯事)였다.
사소명소(辭召命疏)란 말이 있다. 임금이 높은 자리에 봉임 하겠다고 부르는 것에 대해 사양하며 올리는 글을 말한다.
사소명소하면 조선 중기의 문신 성혼(成渾)선생이 떠오른다. 명종이 그의 이름을 귀히 여겨 벼슬을 내리려하자 성은에 감흡한 뒤 엎드려 아뢴다.
그 내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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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는 명령을 사양한 소(辭召命疏) 갑술년(1574) 3월
(이때 공조 정랑(工曹正郞)으로 부름을 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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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臣)은 금년 초부터 여러 번 부르시는 명령을 받았으나 스스로 폐질(廢疾)이 있고 불초(不肖)하여 감히 높으신 뜻을 우러러 받들지 못하였습니다. 한 번씩 명령이 내려질 때마다 번번이 사면(辭免)을 청하는 글을 거듭 올려 초야에 있는 심정을 피력하여 하소연하였습니다. 그리하여 파직하고 보내 주시어 어리석은 분수에 편안하기를 바랐으나 말이 비루하여 가슴속 깊이 품고 있는 생각을 명백히 아뢰지 못하여 속이고 저버리는 실상을 다 말씀드리지 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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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집에서 석고대죄(席藁待罪)하여 공손히 성상(聖上)의 분부를 기다렸는데 뜻밖에도 벼슬에 제수하는 명령이 계속하여 집에 이르렀습니다. 신은 질병이 있어 달려가 사은숙배하지 못하니, 죄가 마땅히 만 번 죽어 마땅하므로 떳떳한 형벌을 달게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성상의 은혜가 널리 포용해 주시어 견책(譴責)하지 않으셨을 뿐만 아니라 사퇴(辭退)하려는 청원을 윤허하지 않으시고 또 거듭 부르는 명령을 특별히 내리셨습니다. 이에 소원(疎遠)한 소신(小臣)은 감격스러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서둘러 쇠잔한 몸을 부축하여 대궐 아래에 나아가 절하고 사례하려 하였으나 질병이 몸을 얽매고 있어 생명이 위태롭습니다. 이에 충정(衷情)이 격동하여 부득이 다시 진심을 피력하여 감히 지엄하신 성상께 번거롭게 아뢰니, 부디 태양처럼 밝으신 성상께서는 가엾고 불쌍하게 여기시어 살펴 주시기를 바랍니다.
신은 가만히 생각건대 사람의 자품(資品)은 각기 등급이 있어, 작은 자는 큰 자리에 처할 수가 없고 어리석은 자는 높은 자리를 엿보아서는 안 되니, 이미 일정한 분수가 있어서 사람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臣竊以人之資品。各有等級。小者不可以處大。愚者不可以窺高。已有一定之分。而人不可以移易者也。)
[생략]
선비가 자신을 살필 적에는 반드시 학문이 충분하여야 관청에 들어가 벼슬하고 자신이 없으면 가벼이 그 몸을 바치지 못하는 것이며, 나라에서 선비를 취할 때에는 반드시 재주를 헤아려 임무를 맡기고 헛된 명성을 따라 그 그릇에 맞지 않게 써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미리 인물을 알지 못하여 그 재주에 걸맞지 않은 지위에 있게 한다면 이는 사람을 버리는 것이니, 어찌 다만 선비가 스스로 자기 몸을 훼손할 뿐이겠습니까. 이는 또한 국가에서 훌륭한 인재를 육성(育成)하지 못하는 것입니다.”[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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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명구055] /한국고전번역원
‘분수를 알고 지켜야’ 의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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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자, 어리석은 자’는 ‘큰 자리, 높은 자리’에 올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보기에 따라 자칫 개인의 발전 가능성을 무시하는, 소극적인 패배주의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이 글은 그보다는 사람은 누구나 욕심 부리지 말고, ‘현재 자신의 능력에 맞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하리라고 봅니다.
능력에 맞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건 물론, 그를 쓰는 사람이 그의 능력에 알맞은 일을 맡겨야 한다는 걸 전제로 할 것입니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는 일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능력이 크고 지혜로운 자가 작고 낮은 자리에 있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능력이 작고 어리석은 자가 크고 높은 자리에 올라 제 능력 이상의 일을 맡는 것은 단지 자신만 망칠 뿐 아니라 나라 전체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큰 문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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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조경구(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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